8월 강원도에서 벌벌 떨면서 별 보다.

by 윤석호 posted Aug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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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강원도 현리 진동계곡 근처에 있는 황토방에서 보냈습니다

별보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주위에 불빛이 있기는 하지만 10시경 산장 주인께 부탁하여 마당의 전등을 끄고 나니 안시 관측에는 그다지 지장이 없더군요. 가을에 단풍들면 단풍 구경삼아 한번 더 가볼까 합니다. 참고로 그 집 이름은 '해오름산장'

그런데 8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밤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 벌벌 떨면서 별을 보았습니다. 망원경에 습기도 금방 달라붙고. Telrad finder는 습기에 특히 약하여 좀 고생하였습니다. 하여간 여러분! 항상 따뜻한 옷 준비는 잊지 맙시다. 기본에 기본인데도 이걸 잊어버리다니...

12일 밤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떴습니다. 그래도 M13 이 아주 잘 분해되어 보였고, 이중성단은 140배 정도로 확대하니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별 하나 하나가 찬란히 빛나더군요. (저는 구상성단보다는 산개성단을 더 좋아합니다. 별 하나하나가 강하면서도 어루만지듯 눈으로 들어오고 동시에 성단 전체가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주거든요. ) 또 화성 표면 무늬도 서울 시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날카로운 윤곽을 보여 주고 - 맑은 공기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였습니다.

하나 더; 맞은 편 산 위로 떠오르는 달과 화성은 한 편의 동양화였습니다.

하지만 달빛이 워낙 밝다보니 저배율로 보아야 하는 대상이나 표면밝기가 낮은 대상들은 당연히 영 아니더군요. 예을 들어 20~50 배에서 숨막히는 자태를 보장하는 NGC457 (팔을 별려 만세를 부르고 있는 앙징스런 자세의 아기나 ET 모양의 산개성단, 카시오페아 자리에 있지요.)은 제 모습을 잃어버려 그냥 몇 몇 별들이 줄 서 있는 정도로만 보였습니다.

이틀 밤을 묵었는데 첫날밤은 처음 두세시간 동안 산장 손님들 (6-7명의 아이들 포함) 대상으로 별자리 공부시키고 아이피스 들여다 보게 하고 나니 그 추위에 2시간 이상을 더 볼 수가 없더군요. 다음 날은 나 혼자 시간을 가졌지만 춥고 또 전지가 떨어지는 바람에 (작은 9volt 전지) - 하여간 준비, 준비 철저 - 결국 추적 모터가 안돌아가도 별로 지장이 없는 카시오페아 자리만 열심히 헤집다가 1시에 턱이 떨려 접었습니다.

아, 참! 총무님한테 빌린 9volt 전지 갚아야 하는데...

하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돌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