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라지꽃이 피었네

by 조정래 posted Sep 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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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라지 꽃이 피었네


참 힘들게 피었네

세상 살이 힘들고

지치고

무너지고

절망하고

이 여름 긴긴 외로움과 가을의 모진 비바람속에서

그렇게 피었네



하고픈 긴긴 말들도

보고픈 긴긴 속내도

혼자서 아리고 아린 그  마음 끝에

꽃은 그렇게 피었네



눈물 뚝뚝 떨어지며

마지막 희망마져 무너지고

너의 첫 피어나는 자태를 보고도

현실의 무게 앞에 고개 돌리며

그져 백일이란 기다림만을 간직한체

혼자 아파하는 또 하루속에도

너는 아침해 받으며

그렇게 첫꽃잎 시들었어나

그 자태 간직하며 나를 받아주네


  ps
  
  전에 냉장고에서 힘들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화단에서 자라든
  백도라지꽃이 피었네요
  태풍이 남쪽에
  깊은 상채기를 남기고 간
  이 가을의 자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