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위성 그림자 두개를 굴절 3개로 보았습니다.

by 윤석호 posted Aug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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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제천문대 가려다가 구름이 계속 오길래 포기하고 있다가 근처에 있는 별광과 함께 송파구의 한 주차장에서 보았습니다. 구름이 있었지만 밤 10시경부터는 구름양이 크게 줄어들어 2시간 정도 잘 보았습니다. 시상은 6/10 정도로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따라서 목성 상도 쨍한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림자는 잘 보여주었습니다. 3개 모두 명기로 이름난 굴절 경통들인데도 그 정도였으니 별보기에 있어 하늘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지요. 두 달 전인가 분당 양영고에서 WO 110mm 굴절로 보았던 목성과 그 때의 이오 그림자는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어제는 WO보다 한 수 위의 망원경들인데도 그때보다 많이 못하더군요. 시상, 시상!

FC-65, FC-100, TMB-115. 시력이 매우 나쁘다 보니 (안경도수 -18) 목성처럼 콘트라스트가 떨어지는 대상을 볼 때는 남보다 훨씬 못보기 때문에 항상 아쉬운데 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5mm 경통은 내게는 별로 보여주는 게 없었는데 같이 보던 이한일씨는 그걸로도 온갖 것 다 보더군요. 대표적인 것이 나중에 달 볼 때 플라톤 내부의 작은 크레이터들(하얀 희미한 점)이 FC-65로는 하나도 안 보이고, FC-100으로는 한개 + 한개 보였다 안 보였다, TMB-115로는 2개 + 2개 보였다 안 보였다 그랬는데, 한일씨는 FC-65로 한개, 두개, 세 개까지 세더군요. 쩝.

모두 경위대에 얹어서 보았는데 FC-100은 컨트라스트와 색감이 TMB-115 보다 좋아서, 컨트라스트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저는 115mm TMB보다 100mm FC가 보기에 훨씬 즐겁더군요, 시상이 좀 나쁜데도 약간 쨍한 맛도 더 있고. 가니메데의 그림자는 중앙을 한참 지나서 밖으로 빠져나갈 때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이오 그림자는 이제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시각이었습니다. 가니메데 그림자는 NEB(North Equatorial Belt: 적도 북쪽에 있는 진한 줄무늬로서 붉은 갈색으로 보임)로부터 북쪽으로 약간 떨어져서 지나가고 있었고, 이오의 그림자는 NEB 남쪽에 딱 붙어서 가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대에 이오 자체는 목성 가운데를 좀 지난 지점에 있었는데 한일씨는 115mm로 NEB를 약간 오목하게 파고 들어간 형태로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했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보이데요. 이한일씨가 차분하게 앉아서 확인하려고 하는 걸 제가 그 경통에 붙어서 더 못보게 했습니다. 질투나잖아요.^^

가니메데 그림자가 목성 끝으로 가자 같이 본 친구는 그 모양이 길쭉하게 보인다고 하더군요. 저는? 모르겠더군요. 쩝. 그리고 한 참 지나서 이오가 뾰루지 모양으로 목성 바깥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참 예쁘지요. 시상이 좋으면 이오의 disk가 쨍한 보석으로 목성 옆에 딱 붙어서 나오는 걸 볼 수 있는데 어제의 시상은 그 정도의 상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난 후에 달을 보았습니다.  달은 목성과는 비교가 안되게 컨트라스트가 강하지요. 그래서인지 구경이 15mm 더 큰 TMB가 FC-100보다 확실히 예리한 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크레이터들의 경계선 부분들이 정말 칼로 베어 놓은 듯 하더군요. 상의 밝기도 TMB가 많이 더 밝았구요.

목성 위성 그림자가 두개 같이 있는 건 저도 처음 보았습니다. 기본 좋더군요. 사실을 8월 5일에 더 많은 현상이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갔더랬습니다. 이제 목성 시즌도 한창 때가 지나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