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과 화성의 독특한 개성이 한껏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적도의 가지고 갔어야 했는데...

by 윤석호 posted Feb 09,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토요일 일찌감치 도착하여 한모, 오모, 윤모 세사람이 오붓하게 둘러앉아서 대낮부터 삼겹살에 옥수수 막걸리를 한잔했습니다. 방도 따뜻하고 마주 보는 사람들의 눈도 따뜻하고... 이런 맛에 다니지요^^

하늘이 환상적이더군요. 투명도 8~9/10, 시잉 8~7/10, 습기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기온은 적당히 따뜻, 서늘(영하 10~12도쯤?)하고..., 그래서 7시 30분에 시작하여 새벽 4시 30분에 접었습니다. 방에 들어가 누우니 바닥이 절절 끓더군요. 3시간 잤는데 5시간쯤 잔 것 같았습니다.

C8로 110배 정도에서 배경이 까맣게 되고, 70배 정도에서도 배경이 상당히 검어져서 오래간만에 별들이 제빛을 발하는 걸 봤습니다. 거기에다가 광축이 그림같았습니다. 전날인 금요일에 국제천문대에서는 광축이 약간 벗어나 있었는데, 다음날 홍천 오는 길에 차 뒷자석에서 C8 이 지 혼자서 자가 광축 조절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입니다^^. 별상이 배율에 별 관계없이 또럿한 점상을 유지하더군요.

쉽게 만날 수 있는 하늘이 아니었기에 명작 순례들을 주욱 하고 나서 몇몇 명작 이중성들도 보았는데 재작년에 분리각 1초였던 처녀자리 감마별(포리마)이 지금은 1.4초 정도된다는 데이타를 본 기억이 나서 다시 째려보았더니 200배에서 가볍게 똑 떨어지더군요. 같이 가지고 간 110MM 굴절에서는 275배에서 떨어졌습니다. 시력이 좋은 사람이 보았으면 그 이하에서 분리가 되었겠지요.  재작년에는 110MM 굴절로는 배율을 아무리 올려도 땅콩 모양 정도로만 보였지요.

어두운 하늘에서는 M37 산개성단이 확실히 압권입니다. 그야말로 바늘끝 크기의 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더군요. M36 안에 있는 이중성들도 예쁘게 빛나고 있었고, 나름대로 화려한 M38과 그 옆에서 희미하지만 그러나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 NGC 1907은 한 시야 내에서 좋은 대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3시쯤 마침내 반달이 산꼭대기 위로 머리를 내밀더니 주위가 환해졌습니다. 그래서 토성과 화성으로 망원경 방향을 바꾸었는데 그 사이에 시잉이 좀 나빠졌는지 280배로 배율을 높이니 화성이 두개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지터치 경위대에서 C8을 내리고 110MM 굴절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385배의 토성 고리는 새로 벼려서 세운 칼날이었고 한일자로 그어진 새까만 그림자는 10등분한 머리카락 굵기로 한껏 당겨져 있어 금새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카시니 간극도 이제 선을 보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이 문틈 사이로 그 자태가 얼핏 얼핏. (시잉의 영향을 적게 받는 소구경의 장점이 바로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지요.)

화성의 얼룩무늬는 너무 진해서 볽은 기를 띤 노란 색종이 위에 짙은 밤색 크레용으로 굵은 선을 힘차게 그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북극관 아래의 유토피아, 그 끝부분에서 거의 직각으로 자리잡은 Syrtis, 그리고 Syrtis 끝에서 다시 직각으로 꺾어져서 헬라스, 그 아래로 계속 이어지는 헤스페리아  등으로 화성 외곽의 4분의 3을 검은 대지들이 차지하고 있는 대단한 모습이었습니다.

적도의가 오래간만에 그립더군요.